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INCEPTION

꿈의 통로로 향하는 거대한 문에서 온갖 환영들이 쏟아져 나온다. 나는 이 비가시적인 환영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. 나 자신이 겪는 고통을 매개 삼아 끝없이 불타오르는 이 잿더미야말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같다. 나는 한없이 타오르고 다시 재가 되기를 번복하는 불사조처럼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.

나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기시감과 이질감을 느꼈으면 좋겠다. 왜냐하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의구심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. 그뿐만 아니라 대개의 사람은 나를 볼 때 어쩐지 낯설고 기묘한 존재로 인식한다. 이 때문에 세상과 내가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이 줄곧 들곤 한다. 이와 같은 관점에서 내 그림이 이미 나와 아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.

문이 열린 이상,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. 닫히지 않는 영원의 문 사이로 무지갯빛 불꽃들이 새어 나왔고, 나는 꺼지지 않는 불꽃에 몸을 맡긴 채 활활 타오르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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