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균(菌)

겉보기에 징그럽고 흉할지어나, 한순간의 가려움에 딱지를 떼고 벅벅 긁을수록 더더욱 발갛게, 더 넓게 부풀어 오를 것이다. 어쩔 수 없이 이 몹쓸 흉터를 방치하거나. 아니면 몹쓸지 않았다고, 하찮지 않다고. 따뜻하게 위로해주거나...
나. 각질층에 살포시 앉아 스며들어, 형형색색으로 만개하고 싶다. 추하지 않은 모습으로, 그리 기억되고 싶다.
모든 생명은 결국 흙이 되어 한 줌의 재로 돌아가기 때문에. 생과 죽음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것이기에.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사랑을 하기에. 욕정을 품고 누군가를 미친 듯이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졌기 때문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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